인터뷰 체계적인 잔디 연구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K골프의 기반을 다진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골프아이엔씨 작성일 21-06-17 12:08 조회 21,811회 댓글 0건본문
1986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생물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석사, 박사 과정 이수.
1993년 ㈔한국잔디연구소 입사, 현재 부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2002년 월드컵 학술 연구 용역 연구위원, ㈔한국잔디학회 2004년 운영이사, 2012년 총무이사,
2015년 부회장을 거쳐 현재 제17대 ㈔한국잔디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체계적인 잔디 연구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K골프의 기반을 다진다
㈔한국잔디학회 _ 양승원 회장
잔디는 볏과 식물로, 쌀을 공급하는 벼와 함께 한국인의 삶 속에 함께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잔디가 벼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식물이 될지도 모른다. K골프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면서 그만큼 골프의 기반이 되는 잔디의 중요성도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한 국내 유일의 잔디 관련 학술 단체인 ㈔한국잔디학회에서 최근 잔디 전문 서적 ‘잔디학(Turfgrass Science)’을 출간했다. K골프의 기반이 되는 K잔디의 체계적 연구 보급에 나선 ㈔한국잔디학회 양승원 회장을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K잔디 연구의 비전을 들어 보았다.
잔디산업 발전을 위한 국내 유일의 학술 단체인 ㈔한국잔디학회에서 잔디 전문 서적인 ‘잔디학(Turfgrass Science)’을 5년 여의 준비 끝에 최근 출간했다. 그동안 잔디와 관련된 서적을 민간단체나 학자 개인이 개별적으로 출판한 적은 있지만 전문가들이 학술적으로 편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잔디학회에 소속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해 출간한 최초의 교재 형식의 단행본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제17대 ㈔한국잔디학회 양승원 회장은 <Golf Inc. Korea>와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교재 편찬 작업을 하면서 편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어려움이 ‘용어의 선택’과 ‘용어의 통일’ 문제였다”라며 “앞으로 잔디 용어 해설집을 중심으로 잔디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잔디학(Turfgrass Science)’ 출간은 잔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15대 회장 장태현 교수가 학회 전문가들에게 공동 집필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장태현 교수가 잔디학 교재의 골격을 세웠다면 제16대 회장인 김경남 교수는 교재의 내용을 내실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잔디에 입문하는 초급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도록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고자 했다.
“17대 회장인 저는 잔디를 배우는 후학과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용어를 쉽고 일관되게 마무리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잔디 관련 용어는 대부분이 한자어이거나 원어의 발음을 그대로 빌려온 음차 용어이다. 전문용어를 자국어로 바꾸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문가들이 바꾼다 하더라도 일반인이 이를 받아들여 보편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잔디 분야의 전문가들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려움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양승원 회장은 국립국어원의 지원을 통해, 한국잔디학회의 젊은 인재들과 함께 미력이나마 조금씩 진행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잔디학회는 국내 잔디학 분야의 선구자적 기초 연구를 수행해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염도의 박사를 기리기 위해 올해부터 그의 이름을 딴 ‘도의장학생’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장학생 선발 기준은 우수한 학교 성적, 미래 잔디산업에 현저히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이 분야 연구와 교육 등에서 보인 일정 수준의 업적 등이다. 장학생 자격은 잔디학 분야 학부 또는 대학원생으로서 잔디학 또는 관련 산업 분야에 대한 뚜렷한 계획과 목표 의식을 소유한 사람이며, 선정 심의를 거쳐 2021년 1월 최종 선발해 발표했다. 앞으로도 매년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하며 잔디학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다
㈔한국잔디학회는 1987년 설립되어 대학교, 산업체와 연구소, 골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잔디 관련 교육, 연구, 관리 기술, 품종 개발, 생산, 장비 및 용품 효능 평가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회원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잔디학 분야 전문 학술 단체다. 코로나19 상황과 추이에 맞춰 2022년 KGIS에서 잔디학회 정기총회와 학술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정기총회와 학술발표회를 축소 운영했다.
K잔디는 산업의 중심이 될 것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1% 정도가 잔디로 조성되어 있어 주변에서 잔디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아파트 중심 주거 문화 지역에서는 개인적으로 잔디밭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잔디밭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일상생활 속에서 잔디는 친근하면서도 접근이 어려운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 공원 등의 녹지 확대와 골프라는 스포츠의 확산 등으로 전체적인 잔디 이용 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잔디 종류뿐만 아니라 초종별 관리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품종 개발도 본격화되어 K잔디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잔디산업은 골프장의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거치면서 경제 발전과 국민소득 향상으로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된 이후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를 위한 녹지 공간으로서 잔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방 혁신도시 같은 신도시 조성, 학교 운동장 사업, 골프 스포츠의 확대 등으로 그 쓰임새가 다양해지면서 향후 잔디산업 규모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잔디산업은 1967년 산림청이 발족한 이후 대대적인 사방 사업이 진행되고 1970년대에는 조이시아그래스 종자를 일본, 미국, 홍콩 등지에 수출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00년도부터는 골프장 건설 본격화로 잔디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전문 경기장용 한지형 잔디가 도입되어 재배되면서부터 골프장, 운동장, 조경지 등에서 한지형 잔디 이용 증가와 함께 잔디 관리 장비, 설계, 시공, 재배 등의 산업이 동반 성장했다.
잔디산업별 규모의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산림청 정책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잔디 관련 장비, 자재산업, 농약과 비료, 관리 장비, 유지 관리 등 전체 잔디산업 규모는 연간 1조 5,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어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사회·문화적으로도 중요한 대규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베아채 골프앤리조트에서 개최된 제34차 학술발표회
국내 잔디산업의 청사진은 기초 연구로부터 시작된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준비 등 미래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국내 골프장 환경 변화, 여가 시설 확충 등에 따라 잔디 관련 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경기 침체를 통해 잔디 생산 면적이 급격히 줄어든 일본의 경우, 잔디 재배 농가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품질의 신품종을 도입해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잔디 품질 인증에 따른 잔디 브랜드화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 체계화로 바뀌고 있다. 잔디 종주국인 미국 역시 이미 기계화를 통해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축구장이나 골프장을 단시간에 녹색 잔디로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잔디 생산 체계는 아직도 노동력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바로 연구와 교육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잔디 관련 학술 단체인 ㈔한국잔디학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잔디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잔디 전문 학자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학자가 잔디를 연구해 왔지만 잔디학회가 중심이 되지는 못했다. 또한 홍보나 안내가 부족해 각자 소속된 타 학회에서 연구하는 학자가 많았기 때문에 활동 기반의 안정성도 취약했다. 이에 따라 잡초학회, 해충학회, 병리학회, 육종학회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연구 활동이 잔디학회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그 정보가 모아지면 잔디 관련 지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긴밀한 해외 정보 교류와 고품질 잔디를 개발, 연구, 지원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역시 필요하다. 잔디와 관련된 학위 과정이 잔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잔디학회, 한국잔디연구소, 한국그린키퍼협회 등 잔디 관련 단체가 잔디 산업은 물론이고 골프산업 발전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조직인 만큼 서로 아우르면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양승원 회장은 “특히 골프라는 스포츠와 골프장 관련 산업인 잔디는 K브랜드를 대표할 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농작물을 대신할 수 있는 대표 작물로 ‘잔디’가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 잔디가 K브랜드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 _ 김성진 (본지 편집장) | 사진 _ 김충무 (스튜디오 맑음)